오바마 규제법안 후폭풍…바빠진 월街 :: 2010/01/26 08:40

오바마 규제법안 후폭풍…바빠진 월街
모건스탠리 자회사 분리 추진…골드만, 상업은행 매각 나설듯
씨티, 자금 추가유치해 자기자본 물타기…JP모건, 헤지펀드 하이브리지 처분 검토

전 세계 금융시장을 좌우하던 월가 은행들이 외형 축소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상업은행들이 자기자본, 사모펀드 등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를 규제하겠다"고 밝힌 이후 나타나는 움직임이다.

특히 이들 대형 은행이 자회사나 회사 내부에 갖고 있던 헤지펀드, 사모펀드, 자기자본 매매 부서 등은 그동안 전 세계 시장에 다수의 자금을 투자했기 때문에 글로벌 금융시장 파급 효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5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헤지펀드나 사모펀드 업무를 보고 있는 자회사들로 하여금 모건스탠리 지분을 사들이는 방안으로 분리를 시도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만일 정부 법안이 의회를 통과한다면 일반은행 부문을 떼어내서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씨티그룹은 자기자본 투자의 비중을 줄이기 위해 외부에서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70억달러가량을 다수의 헤지펀드 회사 설립을 위해 뿌려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건스탠리의 투자를 유치했던 헤지펀드 설립자들은 21일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직후 모건스탠리가 투자한 지분을 재매입하는 계획을 논의하기 위한 회동을 계획했다고 WSJ는 보도했다.

모건스탠리가 이처럼 빠른 움직임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워낙 헤지펀드, 사모펀드 투자 규모가 커서 이번 조치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가 최근 밝힌 사업보고서(10-K)에 따르면 이번 오바마 법안의 규제 대상이 되는 자기자본 매매, 투자, 자산운용 부문에서 2009년 연간 거둔 수입은 165억달러 규모로 한 해 매출의 74%를 차지한다.

또 트랙시스파트너스, 프런트포인트, 애버뉴캐피털(162억달러), 랜스도운파트너스 등 운용 규모가 큰 헤지펀드가 많다. 2006~2007년 존 맥 CEO가 재직하던 당시 공격적으로 헤지펀드 매입에 나섰던 덕분이다. 게다가 장기적으로 헤지펀드 및 사모펀드 시장이 축소되면 2차적 피해도 볼 수 있다. 모건스탠리는 미국 주식시장에서 헤지펀드를 위한 금융서비스 지원을 담당하는 가장 큰 프라임 브로커(Prime Broker)이기 때문에 매출 감소도 우려된다.

2009년 6월 말 기준으로 206억달러 규모의 헤지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골드만삭스는 상업은행 부문을 분리, 매각함으로써 이번 규제안을 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WSJ에 따르면 현재 골드만삭스는 약 360억달러 규모의 예금 업무를 보는 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현재 자사가 관리하고 있는 사모펀드나 헤지펀드 등 대체투자 자산 중에서 자기자본을 40%가량 투자해 놓고 있는데, 향후 고객 자산을 더 많이 유치해 자기자본 비중을 희석시키는 해결법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대로 법안이 마련되면 은행지주회사인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는 은행업을 포기할 것"이라며 "은행지주회사 타이틀을 떼면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규제도 받지 않는다면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에는 헤지펀드나 사모펀드 사업부문과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월가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법안을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라며 비난하는 여론도 나오고 있다. 장기 저금리로 인해 대출을 잘못해서 생긴 문제를 사모펀드, 헤지펀드, 은행의 자기자본 투자 실패로 몰아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월가 인사들이 오바마 대통령의 규제안을 완화하기 위한 로비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앨리스테어 달링 영국 재무장관이 은행의 강제 분할이나 규모 규제 등에 정부가 직접 나서서는 안된다고 밝힌 점 등은 로비스트들에게는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다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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